김아림 "290야드 치지만, 正打 위해 힘빼…골프 안 쳤으면 특전사 갔겠죠"

입력 2019-01-27 17:27  

도전 2019
(5) 장타여왕 김아림

시즌 평균 비거리 259야드 달해…정타 위해 70% 힘으로만 휘둘러
"캐리 거리로는 한번도 진적 없죠"

지난해 5월 박인비와 결승 맞대결
"퍼팅 사정거리 다르구나 깨달아…나는 웨지라도 잘쳐야지 생각했죠"

퍼팅·쇼트게임 약하지만 상관안해…비거리 10야드 늘려 장점 극대화
"'김아림표 골프' 만드는데 집중할 것"



[ 이관우 기자 ]
“골프 안 했으면요? 음, 아마 특전사에 들어갔거나 학군장교(ROTC)가 됐을걸요? 하하하.”

뭐든 시원시원하다. 골프도 시원하게 치고 성격도, 말하는 품도 그렇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장타여왕 김아림(24·사진)이다. 말끝에 씩씩한 웃음이 자주 따라붙는다. 그러고 보니 별명이 ‘필드 위의 여전사’다. 1995년생 황금돼지띠인 그는 “골프가 너무 좋아서, 얼굴 찌푸릴 일이 별로 없다”며 다시 웃었다.

비거리, 정타와 신체 밸런스 중요

김아림은 투어 3년 차였던 지난해 생애 첫 승을 따냈다. 동갑인 김효주, 고진영, 백규정 등에 비해 다소 늦은 우승 신고다. 하지만 팬들은 늦깎이 챔프의 굴곡 많은 사연보다는 쭉쭉 뻗는 통쾌한 장타에 금세 꽂혀버렸다. 박성현, 렉시 톰슨, 에리야 쭈타누깐급이라는 평가도 많다.

김아림의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우드 티샷 비거리도 포함)는 259.18야드다. KLPGA투어 전체 1위. 하지만 그는 실제 20야드 안팎을 더 칠 수 있다. 최대치는 290야드를 훌쩍 넘는다. 드라이버 클럽헤드 속도는 시속 105~106마일로 찍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 짐 퓨릭이나 데이비드 헌, D A 포인츠 등이 이 속도 구간에서 클럽을 휘두른다.

“정확도 없는 거리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스위트스폿에 정확하게 맞히는 ‘정타(正打)’가 그래서 더 중요해요.” 그가 클럽을 대략 70%의 힘으로 휘두르면서도 짱짱한 장타를 내는 첫 번째 요소다. 아직까지 자신보다 캐리 거리를 더 멀리 보내는 선수는 못 만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

장타 비결이 정타만은 아닐 터. 큰 키(175㎝), 긴 팔다리 이외의 요소로 그는 ‘신체 밸런스’를 꼽았다.

“코치인 허석호 프로에게 배운 게 몸의 입체적인 균형이었어요. 코어 근육뿐만 아니라 동서남북, 상하좌우, 그러니까 몸의 앞뒤, 아래와 위, 왼쪽과 오른쪽 등 대칭점의 근육을 다 골고루 발달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후부터 통증도 많이 사라지고, 샷 비거리가 정확도와 함께 늘더라고요.”

그는 어려서부터 수영 농구 태권도 등 뛰어노는 일을 워낙 좋아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인데도 희한하게 운동만 하면 다른 성격이 나왔다. 열두 살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골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지겨울 법도 한 골프를 비시즌인 겨울에도 친구들과 신나게 친다니, 골프광이 따로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게 안 먹힐 때는 저도 많이 울었죠. 2부투어에서 3년을 보내고 있을 때 친구들이 우승하고 미국 무대로 진출하고 그랬으니까 …. 그런데도 한 번도 골프가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저 이상하죠? 하하!”

‘골든슬래머’ 박인비와 대결, 터닝포인트

‘골프여제’와의 맞대결은 골프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다. 그는 박인비(31)와 맞붙어 준우승에 그쳤다.

“한창 샷이 올라오고 있을 때였고, 자신감도 컸을 때였는데 패했죠. 그런데 행복했어요.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미래가 더 확고해진 자신감이랄까.”

TV로만 보던 박인비는 클래스가 달랐다. 김아림은 “1m나 되는 제 파퍼트에 오케이를 주더라고요. 너무 후한 거 아닌가 깜짝 놀랐는데, 곧바로 본인이 7~8m 정도 되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어요. 박인비의 퍼팅 사정거리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퍼뜩 깨달았죠.”

퍼트는 타고난 게 있다는 것도 어슴푸레 느꼈다. 그는 “타고난 게 부족한 나는 웨지라도 더 연습해야 한다는 걸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시즌 첫 대회인 대만여자오픈에서도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했다. 하지만 우승컵은 대선배인 전미정(37)에게 내줬다.

“퍼팅과 쇼트게임이 아직 멀었어요. 그렇다고 이 부분에 올인하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장점을 더 극대화해야죠. 비거리를 안정적으로 5~10야드 정도 더 늘리려고요. 그래야 쇼트게임 부담이 줄어들거든요.”

김아림은 요즘 100야드 안팎의 어프로치샷에 집중하고 있다. 장타를 치고 난 뒤 그가 자주 남기는 거리다. 가장 중요한 건 색깔 강한 골프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는 “성적은 결과물이지 목표는 아닌 것 같다”며 “올해는 좀 더 매력 있는 ‘김아림표 골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아림의 비거리 꿀팁

손쓰지 말고 골반 사용…그립끝 수직으로 떨구는 연습해야

“손으로만 속도를 내려고 하니까 오히려 거리가 안 나는 거예요.”

김아림은 아마추어들이 많이 쓰는 손이 ‘비거리의 적(敵)’이라고 했다. 골반과 어깨가 회전해 손과 팔을 끌고 다녀야 하는데, 거꾸로 손과 팔이 몸통을 끌고 다녀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효율이 낮은 스윙일 수밖에 없다. 상체가 주도하는 잘못된 순서를 바로잡는 게 가장 먼저다.

그다음이 ‘수직으로 그립 떨어뜨리기’다. 아마추어 대다수가 어려워하는 일. 이 또한 하체가 일하기 전 상체가 먼저 일하는 탓이다. 결국 그립은 저 혼자 사선으로 떨어지고 스윙 속도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립 끝을 몸통의 오른쪽 땅바닥으로 낮게 떨굴수록 클럽헤드 스피드가 빠르게 나와요. 백스윙 자세로 어깨와 하체를 충분히 꼰 상태에서 두 손을 바닥으로 떨구는 동작을 많이 연습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비거리에 필요한 또 다른 요소가 클럽이 지나다니는 공간이다. 다운스윙 때는 오른쪽 옆구리 공간이, 임팩트와 폴로스루 및 릴리즈 구간에서는 왼쪽 옆구리 공간이 충분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운스윙 때 프로들은 엉덩이를 타깃과 몸의 뒤쪽으로 움직이는 반면, 아마추어는 몸의 앞쪽으로 움직이려 한다”며 “이러면 원심력, 구심력이 줄어들고 스윙 공간도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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